| 어지럼증, 약 80% 귀 질환 때문| 회전성 어지럼증...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의심해야| 유신영 원장 "어지럼증 나타나면 빈혈로 단정 말고, 귀 건강 점검해야"[내레이션 : 황수경 아나운서]‘어지럼증’이 있다고 하면,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빈혈이 어지럼증의 주원인이라는 것은 잘못된 상식입니다. 대다수의 어지럼증은 빈혈이 아닌, 귀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어지럼증 환자의 약 80%는 귀 질환 때문이고, 그 밖에 비중은 작지만, 중추성 어지럼증, 즉 뇌의 문제 때문에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뇌 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의 경우, 어지러운 증상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사례는 드뭅니다. 얼굴이나 손발의 감각이 소실되는 ‘감각기 마비’, 얼굴 근육이 마비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걷기가 어려운 ‘운동기 마비’, 그리고 두통과 같은 다른 증세가 동반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것보다 더 드물기는 하지만, 부정맥과 같은 심장 질환도 뇌로 가는 혈액을 일시적으로 막아서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제 1원인은 귀 질환이고 그다음이 뇌 질환, 그 밖에 심장 질환과 빈혈 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대부분의 어지럼증, ‘귀’에서 온다귀에 이상 증세가 있어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을 ‘말초성 어지럼증’이라고 합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귀 질환인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을 들 수 있고, 추가로 ‘편두통성 현훈’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우선, 가장 많은 사례를 차지하는 이석증부터 살펴볼까요? ‘이석’은 귀의 중심을 잡아주는 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석증은 이 돌이 제 위치인 이석기관에 있지 않고 인접 기관인 반고리관으로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떨어져 나가 있으면 우리가 고개를 움직일 때 반고리관 안에서 굴러다니면서 심한 자극을 유발하고 천장이나 벽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메니에르병은 귀울림, 먹먹함, 청력 감소와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돌발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중년 여성층의 발생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 외에도 달팽이관에까지 병을 일으켜서 청각학적인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림프낭이라는 기관에서 압력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서 발생합니다.한편, 메니에르병과 비슷한 양상을 가지지만 청각학적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 편두통성 현훈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사춘기 이후에 두통이 잦아지다가 중년 이후 두통이 조금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회전성 어지럼증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사선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마지막으로 ‘전정신경염’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전정기관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소실되는 질환으로, 회전성 어지럼증이 수일 동안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정 재활 운동을 통해 몇 주 이상 치료를 하면 회복되는 질환으로, 재발률은 낮은 편이라는 점도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앞서 살펴본 네 질환 모두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천장이나 벽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데요.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때 무조건 빈혈로 단정 짓기보다는 신체의 평형감각과 압력 조절을 담당하는 귀의 건강 여부를 점검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칼럼 = 하이닥 의학기자 유신영 원장 (이비인후과 전문의)